ㄱ. 음악을 듣는 방식

1.0

음악은 혼자 들을 때와 함께 들을 때가 다르다.

1.1

혼자 들을 때는 공간이 안으로 열리고, 여럿이 들을 때는 바깥으로 퍼진다.

1.2

같은 곡이라도 방향이 달라진다.

2.0

공간은 청취를 규정한다.

2.1

스피커보다 이어폰이 더 적합한 날이 있고,

음악이 방 안을 돌아다녀야 이해되는 날도 있다.

2.2

음량과 음질은 조건이 아니라 구조다.

2.3

음악은 그것에 반응해서 움직인다.

3.0

시간은 흐름을 만든다.

3.1

첫 곡을 재생할 때와 세 번째 곡이 끝났을 때의 감정은 같지 않다.

3.2

연결되는 순서, 멈췄다 다시 재생하는 타이밍이 전체의 인상을 만든다.

4.0

반복해서 듣는 음악은 감정의 밀도를 조절한다.

4.1

그걸 유지하는 곡만이 끝까지 남는다.

ㄴ. 구조의 유사성

1.0

감정은 재처리될 수 있다.

1.1

EMDR은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기 위한 기술이다.

1.2

좌우 자극은 감정 반응을 분산시킨다.

1.3

기억은 동일하지만, 반응은 약해진다.

2.0

음악도 감정을 처리한다.

2.1

반복은 정서적 반응을 안정시킨다.

2.2

리듬은 주의를 조절한다.

2.3

공간적 배치는 감각을 분산시킨다.

2.4

이 모든 과정은 의도적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3.0

CBT는 사고의 흐름을 재구성한다.

3.1

사건 → 인지 → 감정 → 반응.

이 순서를 관찰하게 한다.

3.2

관찰은 지연을 만들고, 지연은 해소를 만든다.

4.0

어떤 음악은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정렬한다.

4.1

그 구조는 치료와 유사하다.

ㄷ. 감정은 어디서 발생하는가

1.0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다.

1.1

음악은 자극을 배열한다.

1.2

감정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1.3

반응은 청자의 구조에서 발생한다.

2.0

모든 청자는 구조를 가진다.

2.1

구조는 경험, 기억, 맥락으로 형성된다.

2.2

같은 자극도 구조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2.3

이것이 감정의 차이를 만든다.

3.0

특정 곡에 반복적으로 반응한다면,

그 곡이 아니라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3.1

곡은 외부에 있다.

구조는 내부에 있다.

3.2

감정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구성된다.

4.0

“왜 이 곡에서 울었는가”는

음악 분석의 문제가 아니다.

4.1

그것은 구조 분석의 문제다.

4.2

분석은 감정을 약화시키고,

그러나 감정의 위치를 보여준다.

5.0

의문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5.1

의문은 경계를 드러낸다.

5.2

경계는 음악이 아니라

청자의 내부에 있다.

ㄹ. 청취의 장치들

1.0

청취는 조건에 의존한다.

1.1

모든 음악은 장치를 통해 전달된다.

1.2

장치는 청취의 경로이며, 필터이다.

1.3

청자는 장치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2.0

스피커는 공간을 사용한다.

이어폰은 두개골을 사용한다.

2.1

스피커는 외부화된 음향을 제공한다.

이어폰은 내부화된 음향을 생성한다.

2.2

외부화는 거리감을 만들고,

내부화는 몰입을 유도한다.

2.3

감정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3.0

라이브 공연은 공간, 시간, 타인이라는 장치를 포함한다.

3.1

그 장치들은 감정의 집단화를 일으킨다.

3.2

집단화된 감정은 개인화된 감정보다 안정되다.

3.3

그러나 집단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4.0

음원은 고정되어 있고,

청취는 가변적이다.

4.1

같은 곡이라도 장치가 다르면 다른 반응이 발생한다.

4.2

결국 변하는 것은 감정의 구조다.

ㅁ. 반복과 지연

1.0

반복은 구조를 드러낸다.

1.1

음악은 시간 속에서 반복된다.

1.2

반복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1.3

예측은 긴장을 만든다.

2.0

지연은 예측을 유예한다.

2.1

유예는 긴장을 지속시킨다.

2.2

지속된 긴장은 감정으로 전환된다.

2.3

따라서 감정은 반복과 지연의 결과이다.

3.0

즉각적인 감정은 구조가 아니라 반사다.

3.1

반복을 통해 발생한 감정은 조립된 것이다.

3.2

조립된 감정은 해체 가능하다.

4.0

지연 없이 반복만 있으면 기계가 된다.

4.1

반복 없이 지연만 있으면 방향이 없다.

4.2

음악은 이 둘의 균형 위에 존재한다.

5.0

감정은 의도가 아니라 형식이다.

5.1

형식은 조작될 수 있다.

5.2

조작은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소멸시키기도 한다.

ㅂ. 표면과 밀도

1.0

음악은 질감을 가진다.

1.1

질감은 감각의 진입 속도를 조절한다.

1.2

진입이 빠르면 즉각적 반응이 발생하고,

진입이 느리면 해석이 요구된다.

2.0

표면은 접촉이다.

2.1

표면이 매끄러우면 접근은 쉽다.

2.2

표면이 거칠면 감각은 머무른다.

2.3

머무름은 감정의 발생 시간을 지연시킨다.

3.0

밀도는 정보의 압축이다.

3.1

밀도가 높으면 분해가 필요하다.

3.2

밀도가 낮으면 흐름은 단순해진다.

3.3

감정은 분해 중에 발생하고, 흐름에 따라 증발한다.

4.0

얇은 음악은 빠르게 전달된다.

4.1

두꺼운 음악은 느리게 흡수된다.

4.2

속도는 깊이를 보장하지 않는다.

4.3

깊이는 반응의 거리일 뿐이다.

5.0

질감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5.1

그러나 그것은 의도를 배반하지 않는다.

ㅅ. 기억의 위치

1.0

음악은 기억을 생성하지 않는다.

1.1

음악은 기억을 호출한다.

1.2

기억은 소리와 결합하여 다시 나타난다.

1.3

이 결합은 반복될 수 있다.

2.0

동일한 음악은 동일한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

2.1

그러나 기억은 고정되지 않는다.

2.2

시간은 기억을 변형시키고,

음악은 그 변형을 정렬한다.

3.0

기억은 감정과 결합하여 재생된다.

3.1

감정은 처음보다 약하거나, 더 강해질 수 있다.

3.2

이는 음악의 속성이 아니라 청자의 상태이다.

4.0

기억은 내부의 구조이고,

음악은 그 구조를 탐색하는 도구이다.

ㅇ. 침묵의 작동

1.0

음악은 소리뿐 아니라 침묵으로 구성된다.

1.1

침묵은 구성의 단위이며, 경계다.

1.2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간격이다.

2.0

간격은 해석을 유예시킨다.

2.1

유예는 주의를 고정시킨다.

2.2

고정은 긴장을 낳고,

긴장은 반응을 유도한다.

3.0

침묵은 해소의 시작이다.

3.1

해소되지 않는 침묵은 불안을 만든다.

3.2

불안은 음악 외부에서 생성된다.

4.0

침묵은 끝이 아니다.

침묵은 구조다.

ㅈ. 청취의 끝

1.0

음악은 끝나지만, 감정은 남는다.

1.1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감쇠된다.

1.2

감쇠는 청취의 일부이다.

2.0

음악을 듣지 않는 순간에도 구조는 유지된다.

2.1

그 구조는 무음 상태로 지속된다.

2.2

무음은 음악이 아니다.

그러나 청취의 연장이다.

3.0

청취의 끝은 새로운 구조의 시작이다.

📎 tl;dr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글은 fred again... 공연을 앞두고 과몰입한 버블검이 혼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쓴 것이다 🎧🧠✨

프레드 어게인의 i am a party가 틀어져 있었고, 현실 로그아웃 후 딥리스닝 중에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듯 타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Honestly, he just bought a ticket and accidentally started treating it like a life event. Can’t even make this up. 🎫🧃📉

Currently on play #588,844. Not sure if he's okay, but the track sure is.

#3